괴물폭염과 함께한 4월의 동남아 여행기.
오직 앙코르와트를 위하여
4월 말 씨엠립과 방콕을 다녀왔다. 처음엔 그냥 동남아 여행인 줄 알고 갔더랬다. 계획에 없던 여행이었다. 퇴사한 전 직장의 하나 남은 빵칭구가 보낸 '급라오스 갈래여?'라는 카톡으로 시작된 여행이다. 그때 난 마침 시험도 쳤겠다. 다음 칠 시험도 멀었고 당장 바쁠 일도 없었다. 시간도 많고 돈도 쬐끔 있으니 '갈래?' 할 때 '웅웅 갈래! 가자!'로 따라나섰다. 아무나 따라나서면 안된다. 믿을만한 계획적인 J가 놀러 갈래? 물으면 무조건 따라가야는 거다.
목적지는 라오스에서 앙코르와트로 바뀌었다. '앙코르와트 갈래?'라고 물으면 선뜻 '웅 좋아!' 하는 사람이 없었는데 이 빵칭구는 앙코르와트 가자는 말에 '오키 고고!' 했다. 마침 이선균이 나오는 아주 사적인 동남아라는 프로그램에서 앙코르와트 여행기가 방송 중이었다. 원래도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는데 화면 속 캄보디아는 너무 예뻐 보였다. 요럴 때 가야는 거다!
그렇게 쌩뚱맞게도 갑작스런 4월의 동남아행이 결정되었다. 여행의 목적은 두 눈으로 이 사진 속 앙코르와트를 보려고!
처음엔 동남아 더위 걱정은 크게 없었다. 대구 한여름에도 뚜벅이로 잘 살아왔는 데다, 7월의 다낭·호이안도 겪어보았으니 우기에 가까운 4월은 걱정거리는 아니었다. 비행기 티켓팅을 하고 한참뒤에 알았다. 4월이 씨엠립이 가장 더운 달이라는 걸.. 여행시기 4월 말 일정은 픽스였고 가고 싶은 곳은 앙코르와트! 날씨 때문에 일정을 변경할 수도 없었다. 그냥 가는거다.
2023년 4월. 하필이면 우리가 갔을 때 동남아가 들끓었단다... 괴물 폭염? 살인 폭염? 평소 같으면 말도 잘 지어낸다 했을 거다. 제목을 왜 저래 자극적으로 뽑누? 했을 텐데 이건 맞다. 찐이다. 당연히 우린 모르고 다녔다. 첫째 날 둘 다 더위 한 번 먹고 씨엠립 둘째 날 지인이 보내온 태국 야외활동 자제령 기사를 보고 알았다. 태국이 관광국가라서 그런가 태국 기사가 많은데 캄보디아 더위가 더 심했다. 오히려 에어컨 빠방한 태국은 천국 같았다. 씨엠립에서 너무 덥다고 엄마에게 캡처해 보냈던 실시간 날씨정보다. 답변은 대구 여름이네? 아니에요... 그런 거 아인디요! 캄보디아 4월은 대구 8월이 아니다. 비교하지 마세요. 대구 더위 부심 안 먹혀요! 아큐웨더. 저것도 기상청만큼이나 안 맞는 거 같다. 체감온도 45도? 아니. 훨~씬 높았다. 실시간 날씨에는 뇌우라고 뜨는데 해가 쨍하고 그랬다.
6일 동안 평균 17,327보를 걸었단다. 놀러 가서 그것도 해외여행에 저 정도 걷는 건 적게 걸은 편이다. 투어 땐 차량으로 이동해서 그런가 보다. 그래도 너무너무 힘든 여행이었다. 차량 없이 툭툭이로 다녔음 지금 한국에 없었다. 괴물 폭염 속 땡볕을 걸은 결과 나는 깜둥이가 되었다. 올여름 쪼리와 샌들은 못 신을 거 같다. 씨엠립에서 첫날 마사지샾의 쪼리가 맘에 들어 시장에서 똑같은 쪼리를 사려고 사진을 찍었었다. 저 때도 나름 많이 걸어 발이 뻘겋게 부어올랐지만 운동화를 신어서 타지는 않았다. 저 사진이 없었으면 지금 내 발이 이렇게 충격적이지도 않았을 거다. 힘들었던 첫째 날 앙코르와트 투어를 마치고 씻고 침대에 누워 과일을 먹다가 벌게진 발을 보았다. 이게 뭐지 보다가 샌들 모양이랑 똑같이 구워진 발이 그땐 그냥 웃겼다. 둘이서 뭔데 이거하면서 까르르르 웃었고, 여기선 썬크림 1회는 소용이 없군 깨달았을 뿐. 그 와중에 다리에 모기도 세 방이나 물렸다^^ 검붉던 발은 점점 익어 여행 후 일주일인 지금은 그냥 발등 위 깜장 문양이 되었다. 경험상 2024년 봄은 되어야 원래 색으로 돌아오지 싶다.
다리와 발이 착색 문양이라면 팔과 손은 엠보싱(?)이다. 한국행 비행기에서 보니 팔과 손등에 볼록볼록 뭔가 올라와 있었다. 찾아보니 햇빛 알레르기 증상이란다. 태어나서 처음 봤다. 수포 발생시 증상이 가려움을 동반한다고 하는데 더위가 먼저라 크게 신경이 안 쓰였나 보다. 그게 다행이지 싶었다. 간지러워 긁다가 터져 피부과에 가얀다는 말이 더러 있었다. 이건 다행히 며칠뒤 저절로 가라앉았다. 거칠은 표면만 남기고.. 햇빛 알레르기가 아닌 다른 이유로 피부과에 갔다. 발등과 팔은 버린 셈 치면 되는데, 어찌 된 게 얼굴이 하루하루 더 까매지는 게 무서워 결국 피부과로 향했다. 대구에 있는 피부과를 거의 다 봤지 싶다. 서칭에 서칭으로 가장 저렴한 이벤트 중인 공장형 피부과를 찾았다. 백수 주제에 25만원 적립해 준다는 말에 100만원 회원권을 끊고 VIP가 되었다. 깨알같이 VIP에 표시된 동그라미가 참 씁쓸했다. 이러다 여행경비만큼 후처치 비용이 들 거 같다. 이렇게 된 거 피부과 후기도 써볼까 싶다.
2023년 4월의 동남아 여행은 신기했다. 첫날부터 누가 요술 부린 듯 시간의 흐름이 이상하더니 신기한 일들만 가득했다. 목구멍 따꼼한게 싫어 잘 안 마시는 탄산도 벌컥이게 만들더니 태어나 처음 스프라이트 한 캔을 혼자 다 마셔봤다. 1년에 두어 번 먹을까 말까 한 라면을 한밤중 먹었다. 한밤중 먹은 진라면은 인생 컵라면이 되었다. 천년의 사원 앙코르와트. 그곳에선 물을 3병 마셔도 화장실을 안 가도 된다. 땀으로 다 배출되나 보다 했다. 더위를 먹은 건지 무언가에 홀린 듯 다녔고 마치 꿈꾼 거 같은 여행이다. 시간도 많으니 사진 정리 할 겸 하루하루 되새기며 천천히 올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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